3월 21일 오후 1시
사랑하는 물고기의 장례식
지난 시간들이
납작해지고 바싹 마르고 다시 살아나고
뒤엉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양이의 부드럽고 긴 털을 쓰다듬듯이
손끝에 전해지던 그 생생한 촉감을 떠올리며
글을 남깁니다.
장례를 치르던 날 아침,
도무지 서 있을 힘이 없어서 바닥에 등을 붙이고 잠시 누워서 장례를 다음 날로 미룰까 생각했습니다.
3월 19일 오전 7시로부터 54시간. 잠깐씩 눈을 붙이고 겨우 씻고 마시던 시간을 제외하고 몸과 마음 전부가 고양이를 향해 있었지만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고양이의 작은 몸이 자꾸만 어디로 가버리는 듯한 열흘 남짓한 시간.
작별할 줄 꿈에도 모르고 병원을 오가던 월요일과 화요일.
2023년 8월30일로부터 이어진 날들.
그 이전의 십수 년의 날들과 이별할 일이 아득했습니다.
장례일을 미루어서 하루 더 곁에 있어도 슬픔이 덜어지지 않을텐데. 하루만 더 곁에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깊은 잠에 든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마지막 숨결 후에 3분 남짓 손으로 뜬 눈을 감겨 주었더니 내내 눈을 감고 있어서 늘 바라보고 미소 짓던 모습 같았어요. 말랑하고 촉촉한 코는 서서히 마르고 딱딱해지고 끝부분부터 투명하게 검붉은 빛을 띄었습니다. 마지막 숨과 함께 순식간에 창백해진 뒷발은 가느다란 핏줄을 따라 자주빛으로 변해 갔습니다. 만지고 또 만져서 따뜻한 앞발, 고양이의 두 팔 사이로 손을 넣어 곱슬곱슬하던 털을 만지면 조금 굳어서 딱딱한 가슴, 차가운 살갗.
코와 입에서는 낯선 냄새가 났고, 코에서 흘러나온 피가 섞인 맑고 투명한 액체. 항문에서 흘러나오던 검고 묽은 대변. 이 모든 변화마저 소중해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서울에서 제천까지 두 시간 조금 넘는 거리를 오가는 일은 마치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듯했습니다.
오전 10시 40분 쯤 집을 나서 장례를 치르고 예전에 추천해주셨던 음식점에 다시 가서 유골함을 무릎에 올리고 밥을 먹고 천천히 집으로 돌아오니 오후 8시가 넘었습니다.
병원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함께 차를 탈 일이 거의 없었고 모든 날들이 소중했는데 마지막 여정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일몰을 오래 보았습니다. 이 무렵의 산들이 그토록 아름다운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 때 들었던 음악을 요즘도 자주 듣습니다.
물고기의 장례를 잘 치러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년, 굿바이펫의 한훈희 선생님의 극진한 장례 덕분에 상실의 고통을 보듬는 일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서울 근교에 여러 장례식장이 생긴 것은 알고 있었으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례를 부탁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제천으로 갔습니다.
매 순간마다 소중하게 어루만지는 손길과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들 모두 변함없이 그대로였습니다.
고양이가 존중받는 것 같았습니다.
야외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나갈 때 뒤따라오셔서 준비해간 꽃을 고양이의 가슴에 올려주셨는데 참 예쁘더라고요.
아픈 기간 동안 의미를 둔 꽃인데도 경황이 없어 생각도 못했는데 마치 제 마음처럼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품에 안은 아이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며 너무 예쁘다는 말씀도 감사했습니다.
마당에서 바람도 햇빛도 함께 느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봄바람에 꼬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을 때 같았어요.
풍경 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한 번만 더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보고 싶은 마음..
화장로에 들어가는 길에 부드럽게 토닥토닥 관을 두드려주신 손짓에 감사드립니다.
예전에 손글씨로 남겼던 글이 그대로 남아 있고, 저를 포함한 수십 권의 마음들이 겹겹이 그대로인 것도 뭉클했습니다. 화장하는 동안 그 기록들을 보면서 깊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고양이와의 이별은 장례를 시작으로 하나씩 하나씩 무엇이든 쌓아가는 일 같아요. 자주 멈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지 없는 걷기를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일 같기도 해요.
포르투갈어에는 saudade라는 단어가 있더라고요. 깊이 사랑했지만 더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에 대한 찬란한 슬픔.
우아하고 의연하고 유일한 물고기의 생의 세부들을 몇 가지는 잊게될지라도 오래오래 사랑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어떤 글로도 깊은 감사를 다 담을 수 없겠으나 , 후기를 남기는 일도 이별의 과정이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극진한 장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