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을 안먹어도 배가 안고프고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술을 마셔도 잊혀지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슬픔이 밀려오고 자꾸만 아이 사진에 말을 하고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 같기만 하고 어떻게 하면 꿈속에서라도 볼 수 있을까 기도하고 시계는 가고 있지만 시간은 멈추어 버렸다.
8월3일 일요일 오후 6시 정각에 10년 4개월을 살고 쿠키가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건너 갔습니다. 우리 쿠키는 항상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아픔니다. 평일에 아프면 아빠가 힘들어할까봐 그런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요일은 단골병원 수의사가 근무하지 않으니 저는 짜증을 내곤 했습니다. 숨을 거두기 하루 전부터 아빠를 애타게 부릅니다. 자꾸만 눈을 맞추고 윙크를 합니다. "사랑한다 쿠키야" "미안하다 쿠키야" "고마워 쿠키야" 하면 유난히 눈을 깜박입니다. 호흡은 분당 130회를 넘어가서 거칠게 온 몸이 흔들리지만 정신은 맑아 보였습니다. 얼마나 껴안고 울었을까요. 그래도 아이는 저를 애처롭게 보며 근심해 줍니다. 한때 숨이 넘어갈 듯 했지만 다시 돌아왔습니다. 진통제를 거부합니다. 억지로 먹이려다 포기합니다. "병원에 갈까" 하면 예전처럼 긍정을 하지 않습니다. "병원에 안가도 돼" 하니까 눈을 깜박입니다.
떠나던 일요일은 더욱 애닳게 저를 쳐다 봅니다.저도 예감때문에 잠시라도 밖으로 나갈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움직이는 곳곳으로 아이와 시선을 맞추도록 돌려놓고 다녔습니다. 아빠가 한순간도 시야에서 사라지면 소리를 지릅니다.고통속에 애타는 소리를. 아이와 그렇게 지나간 얘기를 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정말로요. 저도 그 시간은 눈물범벅이었지만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운명의 6시가 되기 2~3분전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면서 방바닥에 내려와 반듯하게 앉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몸을 추스리더니 짧은 비명을 지르며 몸이 옆으로 힘없이 쓰러집니다. 그순간 꼬리를 힘차게 치기 시작합니다. 방바닥을 힘차게 두드립니다. 그것이 마지막 안녕 인사임을 알고 놀라서 꼬리를 잡고 아이를 부둥켜 안았습니다. 숨이 몇초간 몇차례 넘어갑니다. 저도 처음으로 한 생명과 헤어짐에 당황했습니다.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얼른 옆으로 나온 혓바닥을 입안으로 넣고 억지로 눈을 감겨 봅니다. 그러나 잘 안감깁니다.(다음날 장례식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눈이 감겨 있었습니다) 몇분 후 몸이 굳어 갈 무렵아이를 편안히 눕힐 깨끗한 자리를 마련하고 곱게 눕혔습니다. "사랑한다 쿠키야" 제가 이제껏 세상을 살면서 이토록 애절해 울어보고 불러 본 적이 있던가요. 그렇게 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미리 토요일에 예약해 둔 굿바이X 으로 갔습니다. 사람이 아름다운 곳 입니다. 정성이 아름다운 곳 입니다. 검소하게 진지하게 따뜻하게 장례를 치루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시간은 멈추었습니다. 아이가 사진에서 말을 합니다. 아빠 힘내세요, 행복하게 사셔야 되요, 제가 언제 어디서나 지켜보고 있어요. 언제쯤 이 눈물이 마르고 시간은 다시 갈까요. 시간이 약이 되겠지요. 쿠키가 지켜보고 있으니 약해지면 안되겠지요.
"아프도록 사랑한다 쿠키야, 잘 자거라,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