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야, 보고싶은 우리 보현아. 너가 자유로워진지 5일째야.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어떻게 마무리 하고 있니.
너를 화장하기 전까지는 오늘 누나 학교가 일찍 끝나니 너를 묻어주러 가자고 말 했었어. 할머니랑 할아버지 곁으로.
아니야, 우리 애기 옆에서 다 들었겠구나. 누가 보면 혹시 정신이 나간 게 아니냐고 말할까봐 뭐하기도 하지만..
너에게 하고싶은 말을 쓰는 공간이니 다른 이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좋겠지.
누나는 겁이 많다. 어릴 적 부터 봐왔으니 우리 애기도 알꺼야. 귀신도 싫고 저승사자는 더 싫고. 어렸을 때부터 누가 죽고 그러는 게 정말 싫었다. 누나는 솔직히 그게 누구던 우리 할머니던 처음에는 무섭기만 했어. 이제야 되니 우리 가족은 그런 무서움에서 날 지켜주는 거라고 알지. 그때는 어려서 그렇지도 못했다.
너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에 정말 바로 드는 생각이 우리 애기 싸납고 그래도 그게 다 겁이 많아서 그런건데 혹시 저승사자가 왔다면 무서워하지 않고 큰 소란 피우지않고 잘 따라갔을까.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 너이니 할머니와 할아버지, 큰아빠가 마중나오셨으면 좋았겠다 생각했어.
있잖아 누나가 제일 궁금한 건.. 이제는 우리 애기 눈도 잘 보이고 다리도 안 아프지? 귀도 잘 들리고? 정말 그게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 눈이 보였다면 오랜만에 보는 누나 모습이었겠네? 우리 애기 누나 반가워서 분명 꼬리 흔들었을 텐데 누나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미안하다 애기야. 집으로 오는 길에 49일에 대해 물어봤었다. 맘 같아서는 매일매일 절에 가고싶은데..
항상 학교가 10시에 끝나는 걸 우리 애기가 알아줄려나. 사실 누나가 절에 안 간지 정말 몇 년이 된 것 같아.
우리 애기 기도하러 가면서 이제 자주 자주 가고싶어. 우리 애기 하고싶은 것 다 해보고 있니.
친구들 많이 사귀었겠지 우리 보현이? 우리 애기가 요플레를 좋아했는데 먹으면 아파서 못 먹었잖어.
누나가 차타고 오면서 요플레만 한 박스 먹으면 좋겠다 그랬어.
누나가 느낀건데 우리 애기가 살아있으면서도 가면서도 참 알려주고 가는 게 많구나.. 이 생각을 했어.
엄마 이야기를 할려다 보니 우리 애기 그곳에서 너를 낳아준 그 고마운 아이도 만났나 궁금하다.
엄마는 14년동안 정말 너와 순간순간을 같이 했던 만큼 많이 힘들어하셔.
냉정해 보일 수도 있지만 보현아, 이런 엄마의 모습이 마음에 걸려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
지금 이렇게 슬픈 건 정말 당연한거야. 우리 같이 있었던 시간이 얼마고 그 의미가 얼마인데. 그리고 이겨낼꺼야.
우리 애기는 걱정하지마. 누나랑 형아가 옆에서 잘 지키고 있을께. 누나 형아 믿지?
우리 애기 다시 품에 안아보고 싶다. 마지막에 널 안아줄 때 목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서..
애기야 너와 한 약속을 지키고 나니 누나는 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해. 그리고 너에게 막 자랑하고 싶다.
이 모습 우리 애기 보고 있겠지? 누나가 아까 정말 환하게 웃다가 거울을 봤는데 못 볼 꼴이더라구..
누나는 있지 우리 애기가 가면 그 빈자리가 가늠이 안되서 유기견 보호소에서 다른 아이를 데려오자고 말해볼까 했었어.
근데 너가 가는 그 순간부터 그런 생각은 무용지물이 되더라. 이 이별을 다시 겪으라고? 다시 이렇게 아프다 가는 그 과정을 다시 보라고? 우리 애기 빈자릴 다른 애로 채운다고? 그게 돼? 잠시 정신이 어떻게 됬던 게 아닌가 했어..
게다가 우리 보현이는 질투도 많잖아. 안돼 안돼. 너가 내 인생의 처음이었고 마지막이야.
너가 가면서 누나가 새롭게 생각하게 된 게 많은데.. 구지 데려와 키우지 않아도 너에게 해준다 생각하고 다른 아기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많은 것 같아서. 그런 걸 찾아보기로 했어. 누나 많이 컸다 그치.
애기야 어제 오늘 비가 너무 많이 온다. 계속 생각하지만 널 땅 속에 묻었다면 하염없이 울다가 누나는 다시 그곳에 찾아가 널 데려왔을지도 몰라. 언제부터 이런 곳이 생긴건지 모르지만 정말 좋구나.
그만큼 이제 너희들이 하나의 동물이 아닌 우리들의 가족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거겠지. 누나도 할 수 있다면 노력할께!
우리 가족의 부탁 잊으면 안된다. 훌륭한 사람으로 다시 만나는 거야. 누나도 너와 다시 만날 때 겁많고 철없이 어린 18살이 아니라 두 어깨에 책임감을 지고 있는 어른이길.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이 있는, 인정받는 사람이 되어있을께.
사랑하는 애기야, 꼭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을 다 해보아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할머니와 할아버지, 큰아빠를 만났어도 참 좋겠다 생각해..
우리 애기는 꼭 사람의 몸을 받을꺼야. 정말 좋은 부모님 밑에 그동안 너가 우리에게 주었던 사랑을 이젠 받으며 자라거라.
영영 이별이 아니야. 언젠가 다시 꼭 만날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누나는 슬픔을 이겨내고 눈물을 참는다.
우리 약속한거야. 알았지? 사랑하는 우리 보현이 보고싶어. 보고싶고 그리워하는 게 나쁜 게 아니야! 그러니 너는 신경쓰지마.
내 착한 동생. 좋은 곳에 있다가 먼 훗날 다시 만나자 애기야. 엄마가 항상 너보고 미국에서 태어나라고 하셨으니 누나 이제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보아야 겠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우리 가족 내 동생. 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