늠름하고 잘생기고 세상 순둥이었던 우리 장남 고양이 니엘~
도대체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건강하게 잘 살고있던 너를 예방차원에서 건강검진 받게 한다고, 쬐끄만 피지낭종 제거한다고, 예방접종한다고... 한 달에 세번이나 병원 끌고다니는 바람에 스트레스 받아서 우울증 오고 그 때문에 결국 돌연사하게 될 줄이야... 별 것 아닌 피지낭종 제거수술로 널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낼 줄이야...ㅜㅜ
정말 간단한 수술인데도 겁 많은 네가 국소마취하고 제거수술 받으면 두려움에 떨까봐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잠자면서 수술 받으라고 전신마취하고 한 거였는데... 아홉살이라는 나이를 감안해서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는데...
멍멍이들 엄마노릇 25년, 냥이들 집사 노릇 9년 차에 접어든 내가 그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름 베테랑집사가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난 완전 초짜만도 못한 엉터리 집사였어.
차라리 심각한 병에 걸려 병원 들락날락하다가 널 보냈으면 그나마 죄책감이라도 덜할텐데, 아프지도 않던 널 억지도 병원 끌고 다니다가 보내고나니 죄책감이 덜어지지가 않는구나.
내 딴에는 노령기에 접어든 널 위한답시고 한 일들이 결국은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게 될 줄이야...
넌 정말 아무 불편함도 못느끼는 것 같았는데, 집사가 네 항문을 볼 때마다 자꾸 눈에 거슬려서... 혹시나 피지낭종이 점점커져서 네가 응가할 때 불편해질까봐 예방차원에서 제거수술해달라고 한 거였는데...
수술 후에 우울증이 그리 심하게 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ㅜㅜ
예전에 중성화 수술했을 때 하루만에 잘 회복되는 걸 보고 이번에도 간단한 수술이니 쉽게 회복될 거라고만 생각하고 너무 쉽게 전신마취수술을 결정해버렸구나. 신중치 못했던 내가 너무 싫다.
건강검진 받았던 날 그냥 국소마취만 하고 제거해달라고 할 걸... 아니면 그냥 제거하지말고 놔둘 걸...
수술하는 날 병원에서 내 손을 물고 도망치려고 난동을 부렸을 때 원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우리 니엘이 스트레스 많이 받은 것 같으니까 수술을 하지말아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내 손으로 널 잡아서 수술실로 들여보냈으니... 도대체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건지...
내가 우리 니엘이 병원 데려가지 않았으면, 수술 시키지 않았으면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는 일은 없었을텐데...
수술 부위가 깔끔하게 잘 아문 것처럼 수술 후 우울증도 잘 회복되겠지라고만 생각하고, 오히려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할 때에, 널 귀찮게 하지않고 가만히 놔두는 게 빨리 회복되는 길이라 생각하고 미련곰탱이처럼 어리석은 대처를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수술하고 난 3일 후엔가, 캣타워 꼭대기에서 하루종일 꼼짝도 않고 누워있는 너에게 '니엘아~'하고 부르면서 토닥토닥해주니까, 힘없이 고개를 들면서 눈물을 또르르 흘리던 널 잊을 수가 없구나. 그 때 처음, 고양이도 눈물 흘리며 운다는 걸 알았단다.ㅜㅜ
네 눈물 닦아주면서 우리 니엘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우는 걸까하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미안하고 마음 아팠단다.ㅜㅜ 그러면서도 네가 곧 회복될 거라고만 믿었지, 이렇게 갑자기 갈 거라고는 꿈에서 조차도 생각 못했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