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낸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곧 너의 49제야.
달력에 니 49제를 표시하면서 나는 실감이 안 났어. 오늘도 내 꿈에 나타나서 내 품에 안겨있었잖아.
보현아, 더 잘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내가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던게 너무 많았다는 걸 알았어.
널 더 많이 안아줄껄. 더 많이 쓰다듬어 줄껄.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날에 누나가 다른 강아지 만지고 나는 그냥 너가 질투하는 모습이 보고싶어서 그랬던건데.. 우리 애기 그것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 그래서 그런거지.. 누나탓이야.
마지막에 너가 살아있을 때 갔어야 하는데 니가 이미 가버린 후에 가서 미안해. 누나 보고 싶었지. 나 미웠지.
우리 보현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우리는 왔다가 금방 가버리는데 남아있는 너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너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게 아닌데. 우리 보현이가 원래 안 그러는데 여행가서 여기에 실수하고 제대로 못 걷고.
누나가 그거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줄껄. 니가 가버린 후에 이러고 있어.
이제 금요일이 되면 정말 가는구나. 믿기지가 않아. 누나는 수업을 듣다가도 친구들이랑 이야길 하다가도 너가 생각나.
우리 보현이는 마지막 모습도 평소 같아서. 그래서 더 실감이 안나. 근데 너가 간다니. 이제 정말 간다니.
집에 가서 보현이 유골함을 끌어안고 누워서 잠들면 넌 누나 꿈속에서 누나 품에 있었잖아.
평소랑 똑같이 엄마가 일하고 있는 주방을 바라보면서 내 품에 있었잖아.
누나는 오늘 너가 꿈속에 날 만나러 와줘서 너무 고마웠어. 너를 안고 꿈속에서라도 길을 걸을 수 있어서.
근데 보현아.. 누나가 꿈속에서도 무서웠던건 너가 편하게 안아달라고. 나한테 그렇게 말했는데.
어떻게 편하게 안을까 이리저리 하다가 안았던 게 이제 너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니가 관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안아본 그 자세여서 꿈속에서도 너무 놀라고 또 슬펐어. 이제 정말 너가 갔구나. 이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너무 생생했어. 지금도.
꿈속에 나타난 니 모습이라도 잊고 싶지 않아서 일어나서도 씻으면서도 시험을 보면서도 계속 떠올린 것 같애.
니가 뒤돌아보지 않고 갈 수 있게 슬퍼하지 않을꺼라고 약속했는데. 가족이 갔으니 슬픈 건 당연한 거라고 그랬는데.
솔직히 좀 힘들어. 엄마는 너무 힘들어해. 너의 빈자리가 우리에게 너무 커. 이제 현관부터 짖는 너의 소리도 들리지않고.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너의 모습도 없고. 니가 해주는 뽀뽀도 받을 수 없어.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않을꺼라고, 너와 같은 아이는 두번 다시 없을꺼라고 생각하면서도
너와, 그리고 너의 친구들이 우리 사람이란 존재에게 주는 행복과 위안을 알고있기에 잠시 딴 생각도 했었어.
근데 그러다가 든 생각이. 너가 아닌 다른 아이를 키우면 너가 계속 생각날꺼야.
그리고 너에게 잘해주지 못한 게 떠오르고 마음이 아파져서 그러지 못할 거 같애. 잠시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려왔어.
우리 보현이한테도 해주지 못한 걸 어떻게 다른 아이에게 해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보현아, 너의 45일은 어땠니. 누나 꿈속에서도 우리 애기는 요플레를 찾더라. 저편에서는 원없이 먹었을까 우리애기.
4일 남았어. 4일 후에 느낄 상실감은 어떨까. 누나도 이런데 엄마는 어떨까. 애기야 부디 제발 알아줘.
엄마는 너가 미워서 그런게 절대 아니라는 걸. 울면서 말씀하셨어. 너한테 밥을 먹이지 않으면 그건 니 생명을 포기하는 것과 똑같은데, 너가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밥 주는 걸 그만 둘 수가 없었다고. 우리 애기, 많이 힘들었지.
미웠지. 밥 안 먹는다고 혼내고 억지로 물 먹이고. 맛있는 것도 안 주고. 근데 애기야 그게 너를 더 오래 우리 곁에 두기 위한 우리의 선택이었어. 너는 힘든데.. 우리의 이기심 이었을까. 우리 애기 힘든데.. 얼마나 니 걱정을 많이하시는 분인데.
너가 없는 세상은 살 수가 없다고. 너가 떠난 다음이 상상이 안 된다고. 널 정말 이뻐하고 사랑하는 분이셨어.
우리 중에 제일. 다른 사람들은 직접 보지 않았으니 어떨지 몰라도. 그걸 잠시나마 봐온 나는 .. 누나는 생각했어.
만약에 내가 엄마여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내가 당사자라면 어떨까. 솔직히 말하면 누나는 그렇게 못할 꺼 같앴어.
서운하지. 서운할꺼야. 너를 위해 생활하시던 분이었다고 나는 장담할 수 있어.
우리 애기 분명히 힘들었을꺼야. 그리고 엄청 미웠을꺼야. 보현아, 누나는 너가 다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
우리 보현이도 우리가 미워서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꺼라고 계속 말해왔고.
누나 꿈에 나타난 건 세번인가 네번째지. 누나 꿈에는 어제 할머니와 큰아빠도 와주셨어.
애기야, 너를 제일 많이 사랑하셨고 그리워하시는 엄마 꿈에 꼭 찾아가주렴.
너가 미워서 그런게 아니야. 너와 같이 더 오래 있고 싶어서 그랬어. 너가 힘들어도 그렇게 하지않으면 애기가 아프니까.
지금까지 45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너가 떠나버린 그 순간부터 기도를 올리시던 분이야.
부디 너가 사람의 몸을 받아 축생의 고통을 받지않고 살아가게 해달라고.. 누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
그래서 내가 지금 너한테 이렇게 투정을 하나봐. 너가 내 앞에 있다면 무릎 꿇고 빌고 싶어.
힘들게해서 미안하다고 그저 니가 우리 곁에 더 오래있었음 하는 마음에서 그랬다고. 용서해달라고.
이 마음이 너한테 전해질까. 우리 보현이가 알아줄까. 49일 중에 이제 고작 4일 남았구나.
보고싶어 보현아. 꿈속에서 널 봤지만 꿈속에서 보는 순간에도 니가 보고싶어.
사흘 후에 꼭 사람의 몸을 받아서 좋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그래서 너가 이 생에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며 살아가거라.
부디 눈도 잘 보이고 다리도 안 아프고 지구 곳곳을 여행다니고 많은 것을 배우고 너가 우리에게 배풀어준 사랑을 이제는 받으면서 살아가야해. 그리고 우리 가족이 널 알아보지 못해도. 너 또한 우리를 알아볼 수 없어도.
부디 우리가 저렇게 훌륭한 사람도 있구나. 하며 널 알 수 있게 훌륭하고 유명한 어른으로 커야해.
이 세상을 다 누비고 너가 받았던 사람의 몸을 다시 벗는 그때가 온다면 그때는 그 어떠한 것도 말고 부처님 곁으로 가서 평안을 누렸으면 좋겠어. 그러길 바라고, 또 기도해. 그러고보니 책가방에 염주를 넣고 다닌지도 45일 째구나.
빼려고해도 그저 날 지켜주는 것 같아서 빼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다녔네.
누나랑 형은 너가 아니었음 도저히 배우지 못했을 것들을 배우고 너가 떠난후에도 또 많은 배웠단다. 너로 인해서.
아차! 하며 살아가. 이렇게하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그래도 덜 할까.
훌륭한 어른으로 크려고 누나도 노력할께. 8월 30일 11시 45분을 잊지 못할 것 같아.
누나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절대 마음속에서 널 지우지않고 살아갈께. 잊으려해도 잊혀지지 않겠지.
넌 강아지가 아니라 우리의 가족이었고 우리 라는 그 단어 자체였고 정말 핏줄이었어.
너는 항상 자랑스러운 내 동생이었어.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 지금도 이 화면에 강아지들이 보이고 고양이가 보여.
이 세상 그 어떠한 강아지들인들 잠깐은 귀엽고 이뻐보이겠지. 그래도 널 제일 사랑하고 우리 눈엔 보현이가 제일 이뻐.
보고싶어 애기야. 금요일에 어떨까. 그저 평소와 같겠지. 효림이를 만나고 아빠차를 타고. 애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누나는 너가 떠날 때 아, 내가 소리내서 이렇게 울 수도 있구나. 하는 거에 한번 놀라고 평소처럼 지내는 내 모습에 또 놀랐어.
근데 계속 너의 모습이 생각나고 떠오르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가 싶어. 수업을 듣다가도 니 모습이 생각나고.
책을 보는게 너가 생각나고. 그렇다고 갑자기 울 수 없잖아. 넌 우리 곁에 있다고 계속 믿고 있었는데..
근데 왜 이게 이제 곧 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허할까 모르겠다.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널 처음봤던 그때처럼 그저 너희를 움직이는 장난감 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동물이라는 자체가 너가 처음이었으니까. 그런 우리에게 사랑을 주고 행복이라는 걸 느끼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 사랑하고 또 보고싶다. 49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니가 너무 보고싶어.
부디 꼭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야해. 좋은 부모님 밑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커야한다.
곧 니가 정말 가버린다고 생각하니 이별이라는 글자밖에는 또 생각이 않나. 이별이라니. 우리가. 이별이라니.
보고싶어 보현아. 너무너무 사랑하고 널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널 외롭게해서 미안해.
사랑해 보현아.
